생각이 많았던 날은 누구를 만났든 어떤 이야기로 시작했든 결국 대화중에 내 머릿속에 계속 머물렀던 그 생각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렇게 이야기함으로서 결국 더 깊이, 그 주제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늘 결론이 나지 않는 생각 어딘가에 머물게 되면 한없이 마음이 허해져 이렇게 어딘가 못다 풀은 이야기를 할 곳을 찾게 된다.
다른 세상을 본다는 것. 그것의 의미.
발단은, 오늘 낮에 우연히 TV에서 대충..’아이비리그를 간다(?)’같은 프로그램을 본 것 이였다. 뭔가 초등부 저학년부, 고학년부, 중등부, 고등부 각각에서 학생을 뽑아 아이비리그에 보내주는 듯한 프로그램이었는데, 그 선발과정에서 본 학생들의 수준은.. 아무리 대한민국 1%의 아이들이라고 하지만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였다. 초등학교 1학년, 2학년 학생이 사형제도와 같은것에 대해 PPT(단순히 말하기도 아니고..)를 발표하고, 발표후에 외국인과 자연스럽게 심층 질의를 하는것. 그후에는 찬반으로 팀을 짜서 ‘에이즈 문제에 관한 아프리카 당국과 미국 의약업계’등에 관한 영어토론을 붙어 승자를 가리기도 했다. 우리말로 하는 토론프로그램에서도 쉽지 않은 주제에 관해 초등학생들이 정말 유창하게 영어로 논지를 전개하고 반박하는 모습은 정말 경악 그 자체였다. 물론 중등부 고등부 학생들의 실력은 뭐.. 말할것도 없을 정도.
그들의 꿈은 한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세계를 무대로 진정 글로벌 리더가 되는 것이었다. 이미 그들이 꾸는 꿈은 이나라 좁은 땅떵이를 벗어나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레 관심을 가지는 이슈의 영역이나 멘토로 삼는 인물 또한 국제적 분쟁이나 국제 정치가 등 전 세계를 아우르고 있었으며, 심지어 그것이 그들에게는 전혀 불가능해 보이지 않았다.
이런 세계. 어릴때부터 일반적인 아이들과는 차원이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아이들이 존재한다는 것. 삼성을 생각한다에서 김용철 변호사가 말했듯 사용한도가 정해져있지 않은 법인카드를 사용하며, ‘조’단위의 돈을 그것도 뒷돈으로 움직이는 사람들.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면서 초봉을 억단위로 시작하는 사람들. 어쩌다보니 방송국 PD가 되고 대기업에, 연구소에 그냥 취업이 되더라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
세상이 원래 그런줄 아는 사람들이 사는 세계가 있다는 걸 단순히 신문 뉴스에서 보게 되는게 아니라 몸으로 ‘알게’ 되고, ‘느끼게’ 되는건.. 그래서 그것이 압박과 열등감으로 작용하게 되는건.. 마냥, 좋은 일일까.
이미 ‘나도 열심히만 하면 할 수 있지뭐!’를 이야기 하기엔 그 ‘차이’가 얼마나 기나긴 시간을 통해 형성된 것인지를 알아버린, 나이가 들어버린 입장에서는 오히려 가끔은 몰랐었더라면.. 하기도 한다.
사실, 그래, 그냥 몰랐더라면 지금의 내 생활에 만족하고 마음편하게 살 수 있었을텐데, 괜히 알아서 나와 그들을 비교하며 스스로를 더 아둥바둥하게 만드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정말 알 필요가 있었나..하는 생각이 드는거다. 그런가 하면. 반대로 아예 알지조차 못하고 살아가기엔 뭔가 찜찜하게 억울하고.. 같은 사람인데 뭐가! 싶어 괜스리 부아가 치밀기도 한다.
세상의 반의 반쪽만이 전부인줄로만 알지만 그래서 만족하며 고민없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
더 많이 알기에 더많이 고민하고 열등감에 아둥거리지만 그래서 결국 스스로를 더 높은 그곳으로 이끌어 가는 것.
모르겠다. 하지만 중요한건 한번 넘은 선은 되돌아 갈 수 없다는 것. 생뚱맞게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다. 신해철이 한번은 어떤 토론 프로그램에 나와서 청소년들이 성 경험을 되도록 늦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그저, 성경험을 하기 전에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그 후의 시각은 너무 달라지는데 그길은 일방통행과 같기 때문에 한번 경험하고 나면 경험하기 전의 그 시각을 다시는 가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이미 하고 싶은게, 물질적인게 아니라도 가지고 싶은게 많아져 버린 나는. 하지만 동시에 한계도 같이 깨달아 버린 내가 할 수 있는건.. 이제 그저 나에게 주어진 자리, 현재 이 위치에서 끝없이 열심히 아둥거리지만 스스로를 위안하고 만족시킬 명분을 찾아 절망속에 있지 않는 것..정도가 아닐까. 아직 최선을 다해본적 없지 않냐며.. 더 최선을 다해서 더 큰 능력을 발휘할 것이라 믿으며 묵묵히 앞으로 나가 보는 것.
…
결국 이런 고민은 ‘혼자’가 감당할 몫.. 절대 공감할 수 있는 누군가가 내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아서.. 그래서 지금 이밤이 사무치게 괴롭고 허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