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한잔 하고 왔습니다. 하지만 오늘 술자리는 부어라 마셔라 술잔이 빙빙도는 친목도모의 자리는 아니었구요. 나름 ‘일꾼’으로 참석해 격려차 맛있는 밥 얻어먹고 왔습니다. 그동안은 그저 숨겨진 전사일뿐이었는데, 생각없이 따라간 회의 자리가 하필 으싸으싸하는 첫 회식자리로 이어지다니, 이거 운이 좋다고 해야할지 나쁘다고 해야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사실 격식차 해본 말이구요, 전 좋았습니다. 물론 전임 책임자가 아니니 막중한 책임감까지는 아니지만, 뭔가 제가 하는 일에 대한 무게를 느낄 수 있었구요, 막상 일을 전두 지휘하시는 교수님들 만나뵈니, 이것도 관계라 그리고 이젠 내 얼굴 팔린 일이되었다 싶어 더욱 열정적으로 일을 할 동기 부여가 되기도 해서요. 역시, 사람이 놀고는 못사나 봅니다. 힘들다 바쁘다 해도 소속된 일이 있어야 또 보람을 느끼고 기쁜걸 보면요.ㅎ
요즈음은 마음이 참 심난했더랬습니다. ‘소속감’라는 이슈가 계속 머리에 맴돌았었거든요. 나름 한순간 한순간을 치열하게 보내고 있지만, 누가 그랬던가요. 학위를 하는 과정은 그저 ‘로딩중’인 상태라구요. 궁극적으로 큰 일을 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과정이기는 하지만, 그 역시 ‘과정 중’이다보니 문득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들기도 하고.. 단기 계약적인 자리만 보장되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특히나 이렇게 아직도 미래 행보에 대한 선택권이 많이 주어져 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한치앞 미래를 예상치 못해 갈피를 못잡고 안정감 보다는 불안감을 더 많이 느끼곤 합니다.
[ 출처: 한겨레 고민상담실 “똥폼 커리어 플랜 집어쳐” http://tr.im/IUev ]
하지만 이러한 감정도, 더불어 상황도 바이오 리듬 마냥 곡선을 타고 흐르나 봅니다. 마냥 붕붕 떠다니기만 하는것 같은 시기가 지나니, 이렇게 다시 책임감 느껴지는 일이 생기기도 하는 걸 보면요. 이렇게 흘러흘러 한결 마음이 편안해 지는 시간.. 상황은 저의 또 다른 고민거리에도 적용이 될까요?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숙제. 연애문제 말이죠.ㅎ
꽤 오랜시간 텀을 두고, 마음을 두는 사람이 생겼더랬습니다. 그렇게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마음줘지지 않아서, 나도 내가 하는 사랑을 하고 싶다고 외치던 시기가 지나서 였죠. 복에 겨웠나 봅니다. 하지만 어떻해요. 마음이 마음대로 안되던걸. 그런데 그 벌을 또 제가 받나봐요. 몇달을 알고 지낼땐 전혀 감정 없던 사람이 다른 지역으로 떠나야하는 시기에 마음에 들어오더라구요. 순간이었지만, 남자로 보이기 시작한 그분은 한동안 계속 제 마음을 떠다녔고.. 나름 그분도 저와 같은 마음일꺼라고 주위 귀동냥 반, 본인 직감 반으로 확신한 저는 사실.. 그분이 떠나는날 반 농담섞어 문자로 어딜가든 잘 지내라는 체념형 인사와 함께 살포시 고백을 해보기도 했더랍니다. ‘타이밍이 않좋았네’ 와 더불어 앞으로 더 좋은 인연이 나타날꺼라며, 잘 지내길 바란다는 문자에, 저도 알았죠. 아 이사람과의 인연은 여기까지 구나. 그런데 왜 바보같이 그다음날도, 또 다음날도 저는 연락을 하고만 걸까요.ㅎ
내연락에는 꼬박꼬박 잘도 답장을 해주는 사람이었지만, 먼저 연락이 오지는 않더군요. 상황은 두가지라고 생각했죠. 앞으로 같은 지역에 머무를 일이 없으니 그냥 안될일이라고 생각하거나, 본인의 상황이 불안정하다고 생각해서 연애를 포기했거나.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제 3의 추측이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ㅋ 영화 제목. “ He’s just not THAT into You!!”

어쩌면 저는 또 상황이 바뀌어 그분과 같은 지역에 살게될지도 모르지만, 그 소식을 전한다고 상황이 달라질까요. 아니겠죠. 그리고 설사 그렇다 해도 친구들 말 마따나 더 용기있고 더 나의 매력을 알아보는, 나를 더 소중히 해주는 사람을 만나야겠죠? 참.. ^^;
연말이라 더 뒤숭숭하나봅니다.
그래도 역시 술마시고 주절주절 떠드는것만큼 이곳에 글을 쓰는게 자연스러운 날이 없네요. 아~~ 이렇게 저는 오늘도 남에게는 말도못할 연약함과 찌질함을 가득 안고 있지만!ㅋ 또 내일은 여느때처럼 빙글빙글 웃으며 통통 튀는 액티브한 학생이 되어 보렵니다.
늦은밤. 말못할 모든 찌질함을 끌어안고 연말을 보내고 계실 모든분을위해.
치얼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