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kstone.

와인한잔 거나하게(?) 하고 왔습니다. 와인이 거나하다 함이 어울리지 않는것도 같지만.. 술은 그저 술인가 봅니다. 마실때는 분위기와 함께하는 음식이 중요하지만, 그자리를 옮기고 나면 그저 몽롱히 취한 상태는 소주든 막걸리든 똑같은 거죠. 무엇보다 이 거나함과 함께 밀려오는 감성적인 기분은.. 어떤 종류든 ‘술’이 가져다 주는 기분인건 분명하죠.

경험을 소비하고 온 듯한 기분입니다. 사실 학생신분으로 제 돈주고라면 선뜻 가지 못했을 곳에 다녀왔죠. 코스로 요리를 먹고 와인을 마시는 곳. 참 별것 아닌것 같은데 그런곳에 가본다는 것.. 단지 음식을 먹는 것 뿐 아니라 경험을 소비한다는 생각이 든건 오래지 않아서 입니다. 집이 잘사는 혹은 돈이 있는 친구들도 주변이 혹은 가족이 그런 문화에 익숙치 않으면 그저 요런건 다른 세계로 보는 경향이 있죠. 그런데는 ‘그런분’들만 가는곳이지 우리가 가는 곳이 아니라며.

하지만 막상 그곳을 즐기는 사람들은 단순이 자신들보다 돈이 많아서 그런것이 아니라는 걸, 가보면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단지 어느곳에 더 많은 가치를 두느냐. 그리고 ‘경험’한 적이 있느냐. 그리고 때로는 그 경험이 많은것을 바꾸어 놓는다는 생각도 합니다. 적은돈 벌더라도 누릴것 다 누리고 즐길것 다 즐기고 사는 사람들. 후에 조금 힘들더라도, 생활 한부분에서는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사실 저는 특정 수준으로 올라가기전에 그런건 딴세계다 하는 것 보다는 여유있는 삶이 좋던걸요. 괜히 ‘부러워 할 일’이 더 많아지는것, 슬프잖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경험을 제공해준 분들께 오늘은 감사합니다.

주절주절. 술을 먹고나면 사람들과 몽롱한 기분을 빌어 맘껏 주절거리는 것이 제맛인데, 눈앞에 있는 것이 사람보다 컴퓨터니, 결국 컴퓨터에 제 마음을 털어 놓습니다. 이것도 점차 익숙해져가는 것 같군요. 그저 사람과 마음을 통하는걸 즐겼던 제가 말이죠.. 이제는 기계와도 곧잘 이야기하곤 합니다. 혹자는 이것이 꼭 필요한 ‘성장’의 한 부분이라고 하던데.. 정말 그런걸까요. 나는.. 그저 그래도 사람이 좋습니다. 기대한 만큼 내가 상처받더라도요..

갑자기 그 기억이 떠오릅니다. 철모르던 대학시절.. 학교 공모전으로 정말 마음 통함 한번 없었던 과 선배한명, 동기 한명과 뉴욕으로 떠났던 일.. 가서도 길을 걸으면 각자의 시선은 자기가 보고싶은걸 쫒고 있었죠. 서로따윈 타인처럼 내버려두고 말이죠. 그런데 그런 생활도 한 일주일 했을까.. 어느날 아침 일찍, 또다시 짜여진 스케줄을 따라 움직이려 숙소를 나갈때.. 정말 평소 남자로 한번 보이지 않았던 선배였는데 말이죠. 문을 잡아주는 그 뒷모습, 손을 보곤 순간적으로 덥석. 그 손을 잡고 싶은 기분이 들었더랍니다. 소스라치게 후에 놀라기도 했지만, 그만큼.. 사람 온기가 그리웠던 그 순간. 오늘 술을 먹으니 왜 자꾸 그 장면이 머리에 떠오르는걸까요. 많이 적응했다고, 면역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애쓸수록 이것은 더욱 확실해지는 것 같습니다. 외로움에는 면역성이 없다고.

이만 글을 마쳐야 겠네요. 그저 이 다음 생각은 마음에 묻으렵니다. 사랑으로, 기억으로 사는게 제 마음인데, 몽롱한 기분마저 잘 간직해야죠. 그럼 다음 글 까지 안녕히..

^^